아이의 감정 표현은 언어와 함께 자랍니다. “기분 나빠”, “싫어”, “몰라” 같은 단어만 반복하는 아이를 보며 답답함을 느껴본 부모라면, 이 글을 통해 아이의 감정 어휘력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일상 속에서 어떻게 키워줄 수 있는지를 알아가실 수 있을 겁니다.
감정 표현의 중요성
많은 아이들이 감정을 느끼지만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때로는 땅에 드러눕는 식의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것은 바로 ‘감정 어휘 부족’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감정 어휘는 단순한 언어 능력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의 기초입니다. 예를 들어, “짜증 나”와 “실망스러워”는 전혀 다른 감정입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화, 짜증, 슬픔만 알고 그 외의 감정들을 구분하거나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아이는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크게 터뜨리거나 억누르게 됩니다. 감정의 정체를 알 수 없으니, 다루는 것도 어렵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는 연습은 '자기감정 인식 → 감정 조절 → 자기표현력 → 사회성 발달'로 이어지는 중요한 정서 성장의 시작점입니다. 이 훈련은 3~4세 무렵부터 충분히 시작할 수 있으며, 부모가 그 시기에 어떤 언어 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감정 표현력은 크게 달라집니다.
감정 어휘 노출 환경 만들기
감정 어휘를 가르친다고 해서, 책상에 앉혀놓고 “기쁨이란 이런 거야, 분노란 이런 거야”라고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정 어휘는 자연스럽게 들려주고, 함께 말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먼저, 부모가 자기 감정을 자주 말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 “엄마는 지금 조금 지쳐서 쉬고 싶어.”
- “아빠는 너랑 놀고 싶은데 일이 안 끝나서 속상해.”
- “엄마는 네가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런 말들을 반복해서 들은 아이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아이의 감정을 부모가 대신 말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 “지금 속상하고 억울했구나. 친구가 뺏어가니까 마음 아팠지?”
- “정말 신났구나! 너무 즐거워서 몸이 들썩들썩하는 거야?”
이러한 언어 반영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걸 표현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그림책을 활용해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상황에 대해 “얘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왜 그렇게 느꼈을까?” 질문해 보는 것도 훌륭한 훈련입니다. 무조건 “왜 울어?”라고 묻기보다, “지금 무서웠던 거야?”처럼 감정 어휘가 담긴 문장을 선택해 말해주세요. 감정을 질문의 언어로 연습하는 습관은 아이의 감정 어휘 수준을 자연스럽게 높여줍니다.
감정 어휘 확장을 위한 놀이와 루틴
감정 어휘는 훈련보다는 ‘놀이와 대화’ 속에서 자라납니다. 아래는 아이와 쉽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실천법입니다.
① 감정 카드 만들기
아이와 함께 여러 가지 감정을 그려보고, 이름을 붙인 감정 카드를 만들어보세요. ‘기뻐요’, ‘슬퍼요’, ‘긴장돼요’, ‘질투 나요’, ‘외로워요’ 등 다양한 감정을 그림과 단어로 연결하면 아이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② 하루 감정 체크 루틴 만들기
자기 전이나 저녁 식사 후 “오늘 어떤 감정이 제일 많이 들었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 같은 질문을 주고받는 루틴을 만들어보세요.
③ 감정 인형 활용하기
감정을 상징하는 표정 인형이나 스티커를 활용해 “오늘 너의 기분은 어떤 인형이랑 비슷해?” “엄마는 오늘 이 표정처럼 답답했어” 와 같이 표현해 보세요.
④ 역할놀이 활용하기
인형, 자동차, 동물 등을 활용해 “곰돌이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기린이는 왜 화가 났을까?” 등 감정을 대상화하며 표현하게 하면 부담 없이 어휘를 익힐 수 있습니다.
감정 어휘 발달의 필요성과 실천 방향
감정을 느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감정을 말로 꺼내는 일은 배우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말할 수 있을 때, 아이는 타인의 감정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더 건강하게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감정 어휘는 단지 ‘단어’가 아니라, 아이의 내면을 보호하고 연결하는 중요한 언어 도구입니다. 오늘부터 아이에게 “지금 어떤 기분이야?”,“말로 표현해 줘서 고마워.” 와 같이 말해보세요. 그 말 한마디가, 아이의 감정 세계를 더 풍부하게 열어줄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