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육아는 부모를 감정적으로 깊이 소모시킵니다. 웃는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속으로는 외롭고, 사소한 일에 쉽게 화가 나며, “이래도 괜찮은 부모일까?”라는 자책을 반복하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육아 속에서 감정적으로 지쳐가는 부모가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내면의 대화법’을 소개합니다. 나를 책망하기보단 위로하고 다독이는 말,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루틴을 지금 시작해 보세요.
부모도 감정이 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일에 짜증이 날까?”, “오늘도 또 소리 지르고 말았네. 정말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닌 것 같아.”, 하루에 몇 번이나 이런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이 말의 밑바탕엔 '나답지 않아서 괴롭다'라는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은 대부분 내 감정을 부정하고 억누른 결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흔히 좋은 부모는 ‘인내심이 강해야 한다’, ‘늘 밝고 따뜻해야 한다’라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육아는 반복적인 돌봄, 예측 불가능한 감정 대처, 잠 부족, 관계 갈등 등 수많은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일입니다. 이 안에서 사람이 화가 나고 슬퍼지고 무력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부모도 아이와 똑같이 감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오히려 감정이 더 풍부한 존재이기에,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품을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지로 없애려 할 때 생깁니다. 감정을 억누르면 그 에너지는 몸과 마음 속에 쌓여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됩니다. 아이의 투정에 과하게 반응하거나, 배우자의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지친 나에게 먼저 해줘야 할 말은 “너무 힘들었지?”, “그럴 만했어.”입니다.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회복의 첫 걸음입니다. ‘화내면 안 돼’, ‘이렇게 지치면 안 돼’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지치는 게 당연하지’라고 말해줘야 합니다.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연습, 그것이 바로 위로의 시작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능력을 키우세요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위로의 말을 잘 건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대부분의 부모는 지칠수록 자기비판적인 내면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또 못 참았네”, “이래서 내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듣지.” 이런 말들이 반복되면 자존감은 낮아지고, 감정 조절력도 함께 무너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내면의 말버릇’을 바꾸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반복하다 보면 감정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 더 따뜻하고 이해하는 말로 바꿔볼 수 있습니다.
- “왜 또 화냈어” → “지금 그만큼 힘들었구나.”
-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 → “지금의 나, 잘 버티고 있어.”
- “좋은 부모가 아니야” → “부족해도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처럼 스스로를 대하는 말투를 바꾸면, 내 감정을 수용하는 근육이 생깁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자비(Self-Compassion)라고 부릅니다. 이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우울과 불안을 줄이며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잠들기 전, 하루의 나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오늘 정말 수고했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짧은 문장이 다음 날 아침의 나를 다르게 만듭니다.
감정 회복을 위한 실전 루틴, 지금 시작해보세요
감정을 회복하려면 단순히 위로의 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루틴이 감정 회복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다음은 육아로 지친 부모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회복 루틴입니다.
① 감정 일기 쓰기
하루에 5분만 투자해도 충분합니다.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상황에서 힘들었는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을 간단히 적어보세요.
② 감정 공유 파트너 만들기
배우자, 친구, 또는 또래 부모 중 감정을 편히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정기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그런 일 있었구나.”라는 말 한마디가 감정을 가볍게 해줍니다. 누구나 혼자서는 감정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③ 자기 위로 문장 루틴화하기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 하루 잘 살아낼 거야”, 잠들기 전 “오늘도 고생했어. 이 정도면 충분히 잘했어.” 짧지만 반복되는 말은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줍니다.
④ 감정이 터지기 전 멈추는 루틴 만들기
감정이 올라올 때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3초간 멈춰 인식해 보세요. 그리고 속으로 “괜찮아, 지금 힘든 거야”라고 말해보는 겁니다. 이 간단한 멈춤이 감정 폭발을 줄여줍니다.
내가 나를 위로하는 힘, 그것이 감정 회복의 시작입니다
지친 마음에 가장 필요한 건 거창한 조언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 힘들지, 괜찮아”라는 짧은 한마디가 마음을 녹입니다.
우리는 아이에게 매일 좋은 말을 건넵니다. “괜찮아”, “넌 소중해”, “실수해도 괜찮아.” 이제 그 말들을 나 자신에게도 건네보세요.
부모는 완벽할 필요 없습니다. 실수해도, 지쳐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다시 나를 돌보고, 감정을 이해하고, 회복하려는 마음입니다.
오늘 하루, 나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 말이, 내일의 감정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줄 것입니다.